대전에 상당히 오래 거주한 사람으로서 이 지방을 대표하는 빵집인 성심당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은 상당히 기분 좋은 일이다. 매번 자주 갔고 너무 자주 가서 별다르지 않은 곳으로 느껴지는 곳. 누구는 빵의 성지라고 부르며, 누구는 베이커리계의 아오지 탄광(?) 이라 부르는 그 곳, 성심당!
유명한 빵의 성지가 되면서 다른 곳에 사는 지인이나 친척을 방문할 때면 으레 튀김소보로를 사들고 가곤 한다. 반응은 언제나 대환영이다.

음식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는 성심당 케익
이제 시내와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매번 갈 때마다 사람에 이리저리 치이다 보니 성심당 본점을 가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가끔 빵이 먹고 싶을 때는 롯데백화점에 있는 성심당을 들르곤 했는데 주말마다 정말 고난의 행군을 하는 기분이 든다. 빵을 사는 것도, 줄을 서는 것도, 계산하는 것도 줄줄이 늘어선 사람 뒤에서 한정없이 기다려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을 이겨낼만큼 성심당 빵은 매력적이다.
모처럼 월요일 오전이 한가한 날, 벼르던 성심당을 들렀다. 고3 수험생 아들을 둔 지인을 오랜만에 만나게 되어 튀김소보루를 선물할 참인데, 이렇게 한가한 건 처음 경험해본다. 봄날 만개한 벚꽃처럼 흐드러졌던 딸기가 들어간 케익이나 빵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빵과 커피만 있는 줄 알았다. 혼잡할 때는 몰랐던 맥주 코너가 눈에 들어온다.

아직도 유행하고 있는 스콘 코너
사람도 없지만, 문제는 이른 시간이라 아직 빵도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튀김소보로와 보문산 메아리를 집어들고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샌드위치 코너에서 한참 서성거렸다. 아직도 나오려면 먼 것 같다.

대전 사람들은 누구나 아는 라이브 샌드위치 코너, 눈이 빠지게 바로 앞에 서서 계속 기다리며 샌드위치 싸는 걸 보고 있었더니 직원분이 보고 웃으셨다.(빵이 미치신 분이신가?) 아마도 이런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내 주위의 대전 사람들은 사실 튀김소보루보다는 성심당 샌드위치를 더 선호한다. 잠봉뵈르 샌드위치, 브리치즈 샌드위치, 올리브 샌드위치, 반미샌드위치, 야끼소바.
항상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어 한번도 사먹지 못한 야끼소바빵을 이번에는 꼭 사려고 했더니 나오는 시간이 너무 한참 남았다. 패스~~

소금빵과 작은 메아리, 튀소구마, 부추빵, 튀소까지 골고루 담고 눈이 빠지게 샌드위치를 기다렸다.

기다긴 기다림(기껏해야 10분에서 20분 정도였지만) 끝에 나온 올리브샌드위치, 치아바타 빵이 깔끔하다. 치즈와 생햄때문에 신선하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느끼해서 많이 못 먹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맛있고 담백해서 매우 좋아하는 빵이다.
준비 완료! 빵은 사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모두가 기쁘다. 빵의 성지, 성심당 오래오래 이 사랑을 변함없이 받는 곳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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