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에 충실한 멸치국수 딱 그 맛이다.
일이 있어 롯데백화점을 갔다가 한동안 못 갔던 맛집을 들렀다. 국수랑 김밥!!
대전인의 소울푸드는 물론 칼국수이지만 소면사랑도 그에 못지 않은 것 같다. 이사를 오기 전 즐겨 찾던 괴정동 맛집은 멸치국수 5000원, 비빔국수 6000원, 김치칼국수 7000원......처음에 갔을 때에 비해 가격이 조금씩 올랐지만 여전히 깔끔하고 맛있는 음식맛을 자랑한다. 주방일을 하는 어머니와 카운터를 보시는 아버지, 김밥을 싸는 늘씬하고 어여쁜 따님으로 가족구성원이 운영을 하고 계신 듯 해 가족적인 정겨운 분위기도 한 몫한다.

그냥김밥이 제일 맛있지만, 이날은 소고기고추장 김밥을 시켰다. 3800원, 다른 곳에 비해 아직 가격이 괜찮은 편이다.
식탐과 소화력이 비례하던 시절에는 혼자 멸치국수 하나와 김밥, 또는 비빔국수 하나와 김밥을 시켜 혼자 뚝딱 먹어버리기도 했다. 오늘은 우아한 지인과 함께 왔으니 식탐은 버려야 할 것 같다.

밑반찬은 깔끔하게 깍두기, 김치, 단무지(단무지는 못 담음)

칼칼하고 진득한 김치칼국수
여름에는 비빔국수만 먹고 겨울에는 멸치국수만 먹다가 언제 한번 먹어봐야지 먹어봐야지 결심만 했던 김치칼국수를 드디어 맛을 보았다. 어렸을 때 엄마가 끓여주던 갱시기죽 비슷한 맛이 난다. 그렇게 가난하지도 않았건만 엄마는 대식구 식사 준비를 할때 라면 하나들어간 갱시기죽을 자주 끓였다. 죽은 아니고 이건 먹어본 사람만 아는 경상도 특유의 독특한 음식일 것 같다. 라면 하나에 소면이나 칼국수, 수제비 그때그때 있는 재료를 넣고 가끔은 계란, 또 가끔은 멸치 한 줌에 김치 반포기 쫑쫑 썰어 푹 끓여내면 개밥 비주얼의 갱시기죽이 완성되었다. 웬만한 음식은 가리지 않지만 엄마의 갱시기죽만은 정말 질색이었다. 차라리 라면을 끓여줄 것이지 이 음식물쓰레기 비주얼의 음식은 대체 뭐란 말인가?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끓여준 음식에 대한 향수와 더이상 만날 수 없어 더욱 피눈물나게 보고 싶은 외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아마도 자주자주 그 음식을 만들게 한 것 같다. 그저 텁텁하던 그 맛을 김치칼국수를 통해 느끼게 된다. 여전히 자주 먹고 싶지는 않지만 언젠가 나도 엄마를 더 이상 볼 수 없는 날이 온다면 다시 와서 이 김치 칼국수를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어떤 음식은 그리움으로, 지겨움으로 때로는 슬픔으로, 아니면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저 내 힘을 들이지 않고 내 입에 들어오는 음식을 돈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기쁨과 감사를 잊지 말고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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