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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맛집

원신흥동 능두네! 쌀국수도 맛집 무쌉도 맛집, 직원 친절은 최고 맛집

by 블루베이글 2023. 6. 15.

몇 날 며칠 생활에 시달리고 힘들다고 생각하는 한주간이 흘렀다. 이럴 때는 맛있는 음식만 한 게 없다. 원신흥동의 소문난 맛집 태국식 쌀국수 전문점, 능두네!

참고로 월요일이 휴무이다. 몇 번을 허탕 치고 겨우 인지가 되어 있다. 꼭 확인하고 가시기를..... 심지어 토욜이나 일욜에도 유명 쌀국수집답게 육수가 빨리 떨어져 오후에 갔는데도 주문을 못 하고 나온 적도 여러 번이다.(나 가끔 사는 게 힘들어.) 11시 30분 오픈 시간이 되기가 무섭게 워낙 사람들이 줄을 서는 통에 당분간 가지 않았는데 오늘은 맛난 음식으로 나를 위로해 줄 때가 된 것 같아 길을 나섰다.

주차장이 따로 없어 이미 골목골목마다 차들로 만원이다. 다행인 것은 날이 부쩍 더워져 더운 쌀국수집에 생각했던 것 만큼 사람이 많지는 않다는 것이다. 아침을 거르고 오픈런한 이유도 있겠지만, 식당에 들어서자 우리 팀과 다른 한 팀만 있다.

항상 와서 쌀국수만 먹었던 터라, 오늘은 좀 색다른 것을 먹고 싶었다.

예전 메뉴판이라 가격이 조금씩 올랐다. 쌀국수는 10,900원. 요즘 물가가 천정부지가 어찌 될 지 모르겠다.

나는 예전에 지인이 극찬했던 팟카파오무쌉을, 친구는 파인애플 볶음밥을 시켰다. 날이 너무 더워서인지 둘다 늘상 먹던 쌀국수는 땡기지 않는다. 그런데 왠지 뭔가 공허하다. 항상 메뉴판만 들여다보며 군침을 삼켰던 팟퐁커리 탈레를 시켜 보고 싶은데 이미 볶음밥 2개가 주문이 들어가 양이 너무 많을 것 같다. 눈이 마주친 친구가 주저주저하면 말한다.

"우리 팟퐁커리 탈레도 먹을꺄?"

이심전심, 웃음이 빵 터졌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고 10년 친구면 속마음까지 들여다 보나보다.

그래, 너도 일을 그만두고 싶을 만큼 힘들었고 나는 무기력함에 찌들어 힘들었으니 오늘은 먹는 걸로 사치를 부려보자. 명품가방을 사는 것도 아니고, 차를 한 대 뽑겠다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는 어떠랴.

바삭바삭한 새우튀김과 상큼한 파인애플이 잘 어울리는 파인애플 볶음밥

바질과 돼지고기를 볶은 핏카파오무쌉, 의외로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것 같다.

핏카파오무쌉은 달달한 돼지고기에 바질을 넣고 볶아 간간하게 맛있었다. 기름에 지진 계란 후라이도 잘 어울린다. 원래는 반숙으로 해서 노란자를 톡 터트려 비벼 먹어야 할 터이지만, 날 것은 입에 대지 못하는 식성이라 바짝 익혀줄 수 있냐고 물어보았더니 흔쾌히 된다고 한다.

볶음밥을 먹는 사이, 손님들이 줄줄이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자리가 꽉 찼다. 주방에서는 유리창 사이로 현란한 불쑈가 이어지고 있는데 손님들이 너무 많이 사진을 찍지 못했다. 어설픈 블로그의 한계, 항상 먹고 나서 아차 하고 뒤늦게 생각난다.

볶음밥이 둘다 맛있지만 토종 한국인 입맛에 슬슬 느끼함이 올라온다. 상큼한 피클로, 시원한 콜라로 입을 헹궈보지만 역부족이다. 핏퐁커리 탈레는 커리니까 이 느끼함을 조금 씻어주겠지 하며 눈이 빠지게 기다렸는데 손님이 많다 보니 좀체 나오지 않는다.

매콤한 맛을 기대했던 커리에는 계란(?)이 있고 기대하지 않았던 게 튀김이 정말 맛있었다.

상당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영접한 핏퐁커리 탈레, 내가 예상한 커리맛은 아니지만 게튀김이 입에서 살살 녹는다. 같이 먹던 친구는 이게 크랙이 맞냐고 확인한다. 껍질하나 거슬리지 않고 부드럽게 씹힌다. 튀김 게를 몇 번 먹어보긴 했는데 나무랄데 없이 맛있다. 껍질과 속살은 부드럽고 다리를 바삭바삭하다. 이 완벽한 음식에 김치 한 가지만 더해졌다면 완벽했을 것 같다고 아쉬워하는 걸 보니 우리는 천상 한국인이다.

볶음밥은 둘 다 반 이상 남았다. 이렇게 바쁜 점심 시간에 남은 음식을 포장해달라니 눈치가 보인다. 요즘 워낙 진상손님 얘기도 많고 어떤 가게에서는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이 불친절하거나 퉁명스러운 경우가 많다 보니 고민이 된다. 그렇다고 그냥 놓고 가기에는 너무 많이 남았다. 비닐 봉지만 달라고 할까?

걱정이 무색하게 싹싹하게 대답한 직원은 옆 테이블을 치우다 말고, 포장할 수 있는 통과 비닐을 얼른 가져다준다.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능두네 직원의 친절함은 정말이지 최고의 맛집이다. 기껏해야 20대 초반이나 중반일 텐데 어찌 저리 싹싹하고 친절할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목소리를 우렁차고 친절함은 한결같다. 혹시 젊은 사장님이신가?

모든 음식점이 맛있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희한하게도 불친절한데도 장사가 잘 되는 곳도 있지만 이곳은 직원들의 친절함으로 더 빛을 발하는 맛집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