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맛집

텐동, 튀김덮밥 살도 찌고 영혼도 찌는 맛! 반석동 무라텐

블루베이글 2023. 6. 10. 18:08

 잘 몰랐지만, 노은 3동 반석지구에는 은근히 맛집이 많다. 그동안은 항상 왜 내 근처에는 대체 맛집이 없는가를 두고 한탄한 적이 있었는데 그냥 내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걸로...... 특히 점심은 혼자 먹어야 하는 관계로 대체로 김치에 밥만 넣고 비벼 먹거나, 비빔국수나 가끔은 라면 따위로 대충 때우는 경우가 많다 보니, 뭔가 나 자신을 스스로 대접해 주고 싶을 때 혼밥하기 괜찮은 식당을 찾아다니기 마련이다. 그리고 발견한 텐동 맛집. 혼밥도 괜찮은 분위기라 매우 마음에 든다.

한동안 한일 관계와 위안부 문제와 기타 등등 여러 가지 일로 일본 여행을 가거나 일본 물건을 사는 것은 왠지 모르게 죄책감이 느껴지고는 했다. 온라인 상의 떠들썩했던 노재팬 운동도 한몫했지만.......상당수가 선택적 불매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난 뒤의 허탈감과 왠지 모를 속상함은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뭐랄까.....내가 매우 좋아하는 웹툰 작가가 알고 봤더니 독립운동가의 직계 후손분이신데 일본 음식을 좋아해서 웹툰에 그렸다가 열화같은 뭇매를 맞는 것을 목격했을 때의 자괴감 같은 것인가 싶다.

어찌됐든 일본식 튀김덮밥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고 싶어서인지 사설이 길어지는 느낌이다.

한창 텐동에 꽂혀 여기저기 맛집을 찾아다녔다. 갈마동의 ㅂㅅ공장은 굉장히 좋아하는 곳이긴 하지만 그곳의 대표메뉴는 너무 배가 부르다.(그렇다고 절대 다 못 먹지는 않는다. 나이가 들어 퇴화하고 있는 소화력에 대한 배려를 조금 해야 할 것 같을 뿐.....)

반석동에 알고 보니 무라텐이라는 유명한 텐동 맛집이 있었다.

가장 기본 메뉴인 무라텐동(9500원) 혼자 먹기에 적당한 양에 더할 나위 없이 바삭바삭한 튀김이 엄지척을 절로 부른다.

가게 겉모습부터가 일본식 맛집임을 알려주는 것 같다. 일식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대다수가 사시미나 초밥을 꼽지만, 익히지 않은 음식은 먹지 못하니 나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텐동이나 우동, 모밀국수가 나에게는 가장 맛난 일식이다.

무라텐에서 가장 마음에 든 건 ㅎㅎㅎㅎ 이 두개의 물통이다. 우롱차 한잔 시원하게 했더니 마음이 절로 노곤해지고 행복해진다.

큼직한 새우 두 마리, 단호박, 연근, 꽈리고추, 촉촉한 가지튀김, 부각과 똑같은 맛의 김 튀김까지 푸짐하다. 온천계란도 들어있어 깨트리고 밥을 비비면 촉촉하게 먹을 수 있지만, 날것을 못 먹는 경우에는 절대 깨트리지 말 것, 남들은 꼬숩다는 반숙이지만 나에게는 비린내가 ㅜㅡㅜ

식후에 주어지는 깜찍한 사이즈의 녹차 푸딩이 자칫 느끼하기 쉬운 입안을 말끔하게 정리해준다. 오픈 주방을 끼고 테이블과 좌석이 둘러져 있어 요리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평일에도 점심시간에는 대기줄이 엄청 길다는 데 다행하는 나는 대체로 1시쯤 가서 기다린 적이 한번도 없다.

한주간 고생 많았다, 나 자신! 비록 남들은 쉬는 주말이지만 열심히 기운 내서 돈 벌러 가자.